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정관등과 그 밖에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장·군수에게 제출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하며(도시정비법 제28조제1항), 사업시행계획서에는 임시수용시설을 포함한 주민이주대책, 세입자의 주거대책 및 임대주택의 건설계획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도시정비법 제30조).

따라서 다른 개발사업법과 달리 도시정비법은 토지보상법의 이주대책에 관한 조문을 그대로 준용하거나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 안에 정비사업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이주대책을 수립할 의무를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에 큰 특징이 있다. 다만, 도시정비법은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민이주대책 및 주거대책의 정의나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아 실무나 학계에서조차 도시정비법 안에 독자적인 이주대책 조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을 도시환경정비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재개발사업 및 재건축사업 총 4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정비사업은 노후·불량한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정비사업을 통칭해 주거환경정비사업(주거환경개선사업과 구분되는 개념이다)이라고도 하는데, 주거환경정비사업은 이미 노후·불량한 주택들이 밀집된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종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본래적 목적으로 해 시행되는바 종래 도시 근교의 논, 답 등의 토지를 집단적으로 대지화하는 택지개발사업처럼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로서 해당 지구 안에 거주하는 자만을 이주대책대상자로 해서는 사업에 대한 반대가 극심해 시행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주거환경정비사업은 원칙적으로 종전 주택의 소유자가 해당 정비구역 안에 거주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주택을 건설해 이를 종전 주택의 소유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그 고유한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종전 주택의 소유자뿐만 아니라 해당 정비구역 안의 세입자 등도 재정착하는 것을 본래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정비구역 내 세입자를 포함한 모든 주민이 임시수용시설에서 잠시 거주하다가 새로이 건설된 주택으로 재입주하는 것을 전제로 법률체계가 짜여져 있는바, 이러한 정비사업의 고유한 특성에 기초해 도시정비법 내에 이주대책에 대한 별도의 규율체계가 마련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정비사업이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토지보상법상 이주대책에 관한 조문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도시정비법 자체의 입법목적과 규정체계를 통해 이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임시수용시설을 포함한 주민이주대책’을 포함해 행정청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주민이주대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해석상 주민이주대책이란 1차적으로 토지보상법과 같이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로서 정비구역 안에 거주하고 있는 자에 대한 재정착방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시정비법은 토지보상법과 달리 정비구역 안에 재정착하기 전까지 임시 거주할 임시수용시설의 설치 등을 주민이주대책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민이주대책의 대상자를 주택의 소유자로서 정비구역 안에 거주한 자로 한정하는 내용이 없으며 실무적으로는 주택 소유자 모두에게 이주비를 대여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점에서 도시정비법에서 말하는 주민이주대책에는 주거용 건축물의 소유자로서 정비구역 안에 거주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한 주택의 공급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도시정비법상 주민이주대책은 정비구역 안의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의 거주 여부를 불문하고 정비사업기간 동안 임시 거주할 수 있는 대책 등과 정비사업 완료 후 신축된 주택을 주거용 건축물 소유자에게 새로이 공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업시행자의 행정계획 정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토지보상법상 이주대책 개념보다 확대된 광의의 이주대책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