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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였던 부동산 버블론
기사입력 08-01-02 17:23   조회 : 2,395
 
 
허구였던 부동산 버블론
 
 
 
사람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본다고 한 말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이다. 지난 정부 초반부터 강하게 주장됐던 부동산 버블론도 믿고 싶은 것을 보았던 대표적인 예인데, 지난 5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론적인 근거로 작용했다. 부동산 버블론은 간단히 말해 주택에 대해 실수요보다 투기적 수요가 많고 그로 인해 부동산의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 또는 믿음의 체계이다.
 
 
부동산 버블론이 우선적으로 지목한 곳은 강남의 아파트시장인데, 이곳의 부동산이 특히 투기적 세력에 의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부동산 버블론의 논리적 귀결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정해진 것이라기보다는, 강남의 아파트가격을 낮추고자 했던 정책이 결정되고 이를 정당화시켜줄 이론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합리적이다.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면서 전문가들에게 그 당시의 부동산 시장이 거품인가 물었을 때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어찌 됐거나 강남의 백만 넘는 인구가 주택을 보유하고 또 거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수요가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결국 부동산은 버블상태라고 규정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부동산 버블론을 주장하던 소수의 이론가들이 이 과정에서 중용됐음은 물론이다. 새로운 제도의 핵심은 투기적 수요자들에 대한 주택공급을 차단하고(재건축규제) 그들이 보유한 주택의 매각을 강요하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중과정책이었다.
 

그 결과 가장 눈에 띠는 현상은 강남의 주택가격 폭등이었다. 만약 부동산 버블론이 옳은 것이었다면 투기적 수요자들이 너도 나도 집을 팔자고 내놓아 주택가격이 현저히 떨어졌어야 했다. 부동산 버블론에 터 잡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가격의 폭등이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지만 부동산 버블론은 포기되지 않았다. 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론은 정책을 위한 이론적 근거라기보다 일종의 믿음체계에 가깝다.
 

믿음의 체계나 이데올로기는 상황을 분석해서 채택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포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상황에 맞추어 취사선택 하는 정책수단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정책이 아닌 믿음의 체계들을 부동산 가격상승기에 맞추어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내 놓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론은 믿고 싶은 사람은 믿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안 믿어도 되는 일종의 가설이다. 거짓이라고 정확하게 논증하기도 어렵고 진실이라고 논증하기도 어렵다. 다만 우리가 부동산 버블론의 실험을 통해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 있는데, 강남을 비롯한 서울에 주택수요가 상당히 높고 따라서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주택의 공급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내 기성시가지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부동산 버블론에서 우리가 배운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과 서울의 강북, 강서지역을 어떠한 비율로 재건해서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는 다음 정부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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