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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지와 토지분할 그리고 재개발
기사입력 08-07-02 10:47   조회 : 3,034
 
 
필지와 토지분할 그리고 재개발
 
 
 
현재 지적법은 토지의 단위를 필지로 표현하고 있고, 이렇게 정해진 필지는 민사상 거래의 대상이거나 또는 국가의 과세부과 기준으로 작동된다. 현재 지적법에 의해 편성된 토지대장은 일제시대 작성된 토지대장을 원형으로 하는 것인데, 과거 일본이 토지조사사업을 벌일 때(1911~1918) 개별필지의 사실상태를 조사하는 것을 넘어 다른 공법적 판단을 개입시킬 겨를이 없었다. 그러므로 지적법이 사용하는 필지개념은 조선시대 이래 존재하던 토지의 소유권의 범위를 지적법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경계선을 반듯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지거나 또는 크기를 정형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없었고, 필지의 분할가능성과 최소기준 등도 불분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도시를 전체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시계획법제의 입장에서 보면 시가지내에 존재하는 필지의 개수는 매우 중요한 통제대상이다. 하나의 도시가 인구 40만을 수용하려면 약 10만개의 주택이 필요하고 그 주택이 건설될 수 있는 토지도 역시 10만개가 필요하게 된다(단독주택만을 전제로 할 때). 따라서 새로운 도시가 건설될 때 그 도시의 주민수가 먼저 계산되고 그에 맞추어 필지의 개수가 결정되면서 도시계획이 시작된다. 서울의 강남, 분당이나 일산 같은 신도시는 이러한 방식에 맞추어 도시계획이 먼저 수립되면서 반듯한 모양의 필지가 개수까지 정해지는 방식으로 개발되었다.
 

도시계획에 의해 먼저 필지의 수와 모양새까지 정해진 신도시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필지의 모양과 크기가 조선시대 이래 특별하게 제한되지 않았던 기성시가지의 경우에는 도시계획이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기성시가지에서 필지의 개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고, 소유자의 개별적 의사에 의존해 토지의 분할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토지가 임의롭게 분할되면 기존 도시의 수용인원보다 더 많은 수용인원이 도시에 유입되고 도시를 계획적으로 관리한다는 이념은 달성되기 어렵다.
 

이에 더해 단독주택지가 밀집한 주택가에서 단독주택용지였던 필지에서 다세대와 같은 공동주택의 건축이 1980년대 이래 가능해졌고, 이는 하나의 필지에서도 몇 개의 주택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또 하나의 필지에 몇 명의 소유자가 존재할 수 있는지 또 하나의 주택은 몇 명이 공유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민사문제로 오해되어 공법적 통제의 기회조차 없었다. 결국 도시를 관리하는 행정주체는 필지의 개수나, 주택의 수, 공유자에 대한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속수무책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무능력한 행정기능은 도시가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일반화된 것이었기 때문에, 만약 당해 지역에서 재개발과 같은 개발사업이 시행되면 그 모순은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단 몇 개월간의 토지분할 건수가 수십년간 진행된 토지분할의 건수를 거뜬히 넘어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재개발과 뉴타운에서 정체불명의 입주권이 투기의 대상으로 거래되는 것도 사실은 일반적 제도를 미비하게 방치하고 있는 국가와 법률에 기인한다. 제도의 체계를 이해하고 그 개선을 소홀히 한 채 수시로 발표되는 도시정비법의 개정안은 미봉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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