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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선정제도를 논박(論駁)함
기사입력 08-04-22 18:39   조회 : 2,377
 
 
시공자 선정제도를 논박(論駁)함
 
 
 
참여정부에 있어 재건축은 사회악이었고, 그 악의 축은 건설사였다. 참여정부의 눈에는 오로지 강남의 재건축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였고, 재건축이 과열되는 원인이 건설사들 간의 과당경쟁이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관료들은 비록 견해가 다르다 해도 청와대의 서슬 퍼런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고, 또 다른 한편 시장에 대해 힘을 발휘하고 싶은 욕망과 일부 고급 관료들의 정치적 손익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갑작스럽게 채택된 제도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제한하는 제도였고, 건설사는 갑자기 시공자로 전락되면서 재건축 사업장에서 운신의 폭을 잃었다. 
 

건설사는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시공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공사비를 받게 된다. 그러나 건설사가 항상 시공의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스스로 건축주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개발사업에서는 ‘시행’이라 부른다. 이처럼 이론상 시행과 시공이 구별될 수 있지만, 건설사가 시행기능을 보조하거나 시행기능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이 법제상 금지된 적은 없었다. 건설사는 구법시대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에서 공동사업주체 또는 공동시행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오히려 권장됐고 현행법 상으로도 재개발 사업에서는 여전히 공동시행자가 될 수 있다. 건설사의 시행이 원칙인 주택법 이외에 도시개발법에서도 시공과 시행기능이 구별되지 않아 건설사는 사업시행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의 도시정비법은 유독 재건축사업에 대해서만 건설업자를 ‘시공자’로 칭하면서 사업의 막바지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야 선정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물론 형사처벌조항과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면허정지조항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따라서 재건축사업에서 건설사는 사업이 상당부분 진척된 후에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을 뿐,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해 조합을 돕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건설사의 도움 없이 조합이 자력으로 결성돼 사업시행인가까지 받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가능한 일을 하고 나면 뭐든지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아무 것도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데, 현재의 재건축사업이 바로 이런 형국이다. “시공자 선정의 단계까지 도착하면 건설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를 만나지 못하면 시공자 선정의 단계까지 사실상 갈 수 없다.” 시공자 선정제도는 이 두개의 양립할 수 없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건설사의 과당경쟁 폐단은 주로 재건축을 과도하게 부추긴다는 점에 있었지만, 이는 구법 하에서 동의율만 충족하면 어느 아파트나 재건축이 가능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한 재건축사업은 정비예정구역과 정비구역을 행정청이 정하므로 건설사가 임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재건축사업장은 이론상 존재할 수 없다. 이미 행정청에서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구역을 지정한 후라면 그 사업지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것이 왜 금지돼야 하는가? 부당한 금품수수나 뇌물제공이야 당연히 형사처벌 돼야 하지만 엉뚱한 시공자 개념으로 건설사들을 옥죄는 것은 정당한 수법이 아니다. 누구도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모든 시장참가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법을 누가 만들고 그간 집행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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