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조합의 강제가입제와 임의가입제
재건축사업은 조합원이 되기 위해 조합설립에 동의해야 하지만, 재개발은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정비구역내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조합원이 된다. 전자를 임의가입제, 후자를 강제가입제라 부르는데 이들이 처음부터 다르게 규율돼야 할 이론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연적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은 제도의 운영에 혼란을 초래하고 재건축에 대한 제도정비를 지연시키는 부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
예전의 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의 지정이 없이 이뤄지던 사업으로 하나의 아파트단지에서 재건축에 찬성하기로 의견을 모으면 재건축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때 재건축결의에 찬성한 사람은 조합원으로 봐서 조합정관에 구속시키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재건축사업에 대해 공법적 규정이 충분하지 않던 구법하에서 조합정관은 동의한 사람들에게만 구속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재건축사업을 위해 80%의 동의가 이뤄지면 반대하는 사람들을 사업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는데 그 수단이 바로 유명한 매도청구소송이다. 매도청구소송은 재건축결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조합에게 팔도록 요구하는 소송이고 매매대금은 시장가격을 참작해 법원이 정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사업은 조합의 설립단계에서 조합원과 조합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별되고 후자에 대해서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처음부터 봉쇄됐다. 그러므로 재건축사업에 있어 조합원이라는 용어는 새로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지위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건축제도와는 달리 도심의 불량주거지를 정비하는 기능을 담당해오던 재개발사업은 구법하에서도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구역내 토지등소유자를 모두 조합원이 되도록 정하고 있었다. 조합정관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정비구역내 토지등소유자가 모두 조합원이 되도록 법이 정하고 있었으므로 조합설립의 동의가 조합원 여부를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조합정관은 사실상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 지지만 일단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모든 토지등소유자를 구속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므로 재개발사업에 있어서 조합원이라는 의미는 정비구역내 토지등소유자라는 의미와 동일한 것이었다.
재개발사업장에서 사업에 반대하는 자들은 여전히 조합원이었고 결국 관리처분계획의 단계에 가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을 때 수용재결의 대상이 됐다. 또한 조합설립에도 동의하고 분양신청을 한 자들 중에서도 종전 자산의 가치가 충분하지 못한 자들은 현금으로 청산되도록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해졌으며 이들도 역시 조합원이지만 청산대상조합원으로 분류됐다. 그러므로 관리처분계획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분양대상 조합원과 청산대상 조합원을 구별하는 일이었다.
2003년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합하는 도시정비법 제정 당시 재건축은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임의가입제, 재개발은 그와 달리 강제가입제를 채택하는 것으로 정해졌고 이는 현행 도시정비법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비구역의 단일성과 재건축에 대한 도시정비법의 강력한 통제장치를 고려하면 재건축에 대해서도 정비구역내 토지등소유자 전원에게 조합정관의 효력을 인정하는 강제가입제를 채택하는 것이 옳았다. 조합정관은 조합원의 합의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법률의 조항에 의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입법자가 잘 몰라서 벌어진 해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