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는 폐지되는 기반시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러한 시설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하에 유지되던 것들이다. 당연히 그 소유권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속하는 이런 시설들은 정비사업의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팔리거나 혹은 무상으로 양도되는 운명에 놓인다.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조합설립을 인가하는 등 정비사업에 적극적인 개입권을 행사하던 행정청은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적(私的)인 토지소유자로 변해 토지가액을 높이 부르고 토지에 대한 무단점유를 문제삼아 변상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때에도 행정청은 단순히 개인들처럼 민사상 지위에 머무는 것은 아니고 유상매입 부관을 붙이거나 국유재산법에 의한 변상금부과처분을 하는 등 행정청으로서의 장점은 모두 활용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의 현장에서 국가나 자치단체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을 둘러싸고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이유는 도시정비법상 무상양도의 범위를 정하는 조항이 갖고 있는 불명확성과 도시정비법과 국유재산법의 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도시정비법은 국유재산법에 대한 특별조항을 두어 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이 유상 또는 무상으로 조합에게 이전되도록 정하고 있다(동법 제65조 제2항). 문제는 도시정비법에 무상양도나 유상매입의 시기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기까지 그 토지의 사용권이나 사용료 등에 대한 문제가 해석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행정청은 이 문제를 국유재산법의 논리에 의해 풀고 싶어 한다.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을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누고 있다. 행정재산은 일반 국민에게 매각할 수 없으며 이를 매각하려면 공용폐지의 절차를 거쳐 일반재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재산은 ‘사용허가’를 통해 사용권만이 부여될 수 있고, 일반재산은 대부계약을 통해 사용권을 설정받아야 이를 사용할 수 있다. 국유재산을 정당한 사용권 없이 점유하면 무단점유가 돼 변상금부과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정비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 의제되는 국유재산법상 사용허가는 행정재산에 대한 사용권만을 정당화한다. 따라서 행정재산이 공용폐지의 절차를 거쳐 일반재산으로 전환되면 조합의 사용권은 소멸하고, 별도로 대부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한 조합이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조합에게 국유재산법상 변상금을 부과하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의 일반법적 기능을 하는 국토계획법의 관련조항을 보면 이러한 해석이 잘못된 것임이 쉽게 드러난다. 국토계획법은 무상양도의 범위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지 않고 조금 더 포괄적인 조항들을 가지고 있는데, 국토계획법상의 개발행위허가에 의해 국유재산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상의 허가나 승인을 포괄적으로 의제하고 더 나아가 사용료나 점용료도 모두 면제하도록 정하고 있다(국토계획법 제65조 제4항). 국토계획법은 도시정비법의 일반법이고, 도시정비법상의 사업시행인가는 개발행위허가보다 공공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이 조항은 당연히 정비사업에 준용돼야 한다. 사업시행인가가 행해지면 정비구역내 모든 정비기반시설에 대해 사용권이 부여되고 사용료도 면제된다는 의미다. 이는 행정재산이 일반재산으로 전환됐을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한 행정청이 돌변해서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무단점유를 이유로 변상금을 부과하거나 또는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법체계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용인되기 어렵다. 도시정비법은 국유재산법에 대한 관계에서도 역시 특별법적 지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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