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은 국민들이 건물을 짓고자 할 때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정하는 건축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법이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는 취지는 비록 개인들이 자신의 땅에 건물을 짓는다 해도 위험하거나 또는 토지의 사용관계를 교란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법적으로 굳이 표현하면 건물로부터 오는 위험방지 또는 토지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공익이 건축주의 토지사용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건축법의 기능이나 체계에 비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이용하기 위해 건물을 짓는 경우 건축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어색한 측면이 있다.
우선 건축허가는 국가가 갖는 권한의 일부이므로 국가가 건축허가를 자신에게 신청해서 발급받는다는 것이 형식에 맞지 않는다. 또 국가가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한 경우 그 건축물을 불법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에 따라 철거명령이나 형사처벌과 같은 제도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등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개인의 건축물과 비교할 때 이런 건축물은 행정목적을 위해 국가나 자치단체에 귀속되므로 민사적 거래를 위한 등기부가 편성돼야 할 필요도 그리 높지 않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건축법에서는 ‘공용건축물의 특례’라는 예외가 설정돼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나 자치단체가 건축하는 경우에 건축허가와 사용승인을 면제하는 제도인데, 그 대신 구청장 등과 협의하는 절차와 건축물이 완공됐음을 통보하는 절차로 간소화돼 있다. 물론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형사처벌되는 조항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건축법만을 보면 국가나 자치단체가 건축하는 경우에 규율이 매우 간이해 특권이 부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용건축물에 대해서는 국유재산법, 국가계약법, 국토계획법 등 다양한 법률들이 전혀 다른 차원에서 그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항들을 두고 있다.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국가의 재산은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구별되는데, 통상 공용건축물은 행정목적을 위해 건축되므로 행정재산으로 분류되고 이에 대해 국유재산관리대장이 편성된다.
국가가 공용건축물의 건축을 발주하는 경우에는 국가계약법이 계약상대방의 선택에서부터 계약내용에 이르기까지 이를 통제하고, 또 건설기술관리법이 건설공사의 기술적 수준과 책임감리 등에 대해 정하고 있다.
또한 공용건축물은 통상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이면서 도시계획결정을 통해 설치돼야 하는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시설결정 및 실시계획의 절차가 국토계획법에 의해 진행되는데, 그에 대한 절차통제가 매우 까다롭다.
이에 공용건축물에 대해서는 통상 건축법상 협의도 진행되고 또 도시계획시설결정 및 실시계획의 절차가 중첩돼 진행된다. 통상의 건축물이 건축법에 의한 허가 하나만으로 건축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다양한 공법적 규율들이 국가소유의 건축물에 대해 마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축법의 관점에 한정해서 살펴보면 공용건축물은 건축법이 너무 쉽게 많은 특례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법률에서 각각 상이한 이름으로 너무 중첩적으로 통제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그 규율의 복잡성과 엄격성을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보통 기업이나 개인에게 이렇게 많은 제약이 있으면 규제완화의 차원에서 조문이 줄거나 또는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나 자치단체의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법의 규율밀도가 과도하게 높은 것은 국가나 개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