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건축과 이행강제금
건축물 중에는 건축법에 의해 허가를 받지도 않은 채 건축되는 건축물도 있고, 또 건축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에 맞지 않는 건축물도 있다. 이들을 모두 불법건축이라 하는데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된 것은 형식적인 절차에 위반된 것이므로 이를 '형식적 불법'이라 하고, 건축법이 정하고 있는 요건에 위반된 건축물을 짓는 행위를 '실질적 불법'이라 한다.
통상 우리가 인식하는 불법건축은 건축허가도 받지 않고(형식적 불법) 건축법 등이 정하는 요건에도 반하는 경우(실질적 불법)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서로 다른 것이고 별개로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 형식적 불법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비난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바로 철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됐지만 건축법과 관계법령이 정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 불법에 대해서는 건물보다는 건축주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형사처벌이나 공사중지명령 등이 마련돼 있다.
실제 건축법에서 주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실질적 불법인데, 이는 건축법이 허용하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붕괴위험이 높은 건축물을 짓거나 또는 도로를 침범한 건축물을 짓는 등의 행위가 이에 속한다. 실질적 불법은 금지된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행위이므로 건축물을 강제로라도 철거하는 것이 공익에 적합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 불법에 대해서는 불법건축물 자체를 겨냥한 철거명령이라는 강력한 수단이 마련돼 있다. 철거명령은 건축주에 대해 일정한 기간내에 불법건축물을 스스로 철거할 것을 명하는 행정처분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대집행의 절차가 진행된다. 대집행은 건축주의 불법건축물을 행정청이 대신해서 철거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불법건축물에 대한 철거명령과 대집행은 건축주에 대해 가혹한 것으로 인식돼 거센 저항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경찰력도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담당공무원이 대집행절차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행강제금이며, 이는 대집행을 하는 대신 건축주가 자진 철거할 때까지 금전을 납부하도록 강제하는 집행벌이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으면 5회에 걸쳐 상당한 금액을 납부하도록 명하므로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불법건축물로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 이행강제금은 대집행에 비해 과격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행강제금은 적용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대집행과 선택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집행과 마찬가지로 시정명령이나 철거명령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철거명령이나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없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금도 부과될 수 없다. 실질적 불법에 대해서만 이행강제금이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건축법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형식적 불법)에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는데, 건축물을 짓기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할 의무는 이미 위반돼 시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입장에서는 편리한 수단을 넓게 사용해서 의무위반자를 응징하고 싶겠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방법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단지 건축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모두 헌법에 반하므로 무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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