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참사 사건으로 연일 보도되고 있는 용산의 도시재개발사업은 도시정비법상 도시환경정비사업(국제빌딩 주변 4구역)이다. 용산 국제빌딩 주변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은 4구역 외에도 4개구역이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에는 수백 개가 넘는 현장이 그 착공을 기다리고 있지만, 향후 재개발사업 등에서의 세입자 대책에 대한 궤도수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사업시행자는 도시환경정비조합이지만, 더욱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조합이 아닌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부 지역은 1970년대에 구역을 지정해 놓은 것으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인정받아 동의율만 충족하면 수용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개발제도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한나라당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재개발제도 개선대책 TF팀’을 설치하거나,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관계 법률을 개정하거나 통ㆍ폐합하고 철거민들의 보상문제 등을 조정하겠다고 한다.

 

이에 앞서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원회가 갑자기 출현해 도시정비법과 재정비특별법을 개정ㆍ통합하고 역세권 도시재생법을 만들고, 조합이 아닌 공공기관이 시행자인 공영개발로 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입법의 공황상태이다.

 

필자는 더 이상 뉴타운지구는 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글을 쓴 바 있다. 뉴타운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재정비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하는데, 또다시 뉴타운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혼란의 시작은 2002년 10월 시범뉴타운사업의 시행으로, 이때는 새로운 정비사업을 위해 도시정비법 제정을 앞 둔 때였고(공포는 2002.12.30), 뉴타운사업은 이 법 자체를 무시한 행위였다. 도시정비법이 시행되었어도 계속해서 2차 뉴타운사업과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의 지정은 불길처럼 번져 나갔고, 결국 땅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뉴타운사업을 통제하려고 재정비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서울시는 계속해서 3차 뉴타운과 2차 균형발전촉진지구를 지정해왔다. 여기에 인천ㆍ부산ㆍ대구ㆍ대전 등지에서 서울시와 유사한 조례를 만들어 재생사업 등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뉴타운공약과 관련하여, 재정신청에 대한 결정으로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차 뉴타운지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등장한 8월 22일 국토해양부 도시정비법 개정 입법예고안에서의 문제의 세입자 대책은 오히려 퇴보하였다. 법 제40조제1항 단서인 “다만, 토지보상법에 불구하고 이주대책의 수립 등 손실보상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다.”고 신설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 개정안이 향후 재개발지역 세입자의 권리보장 수준을 후퇴시킬 수 있어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기했다. 결국 올해 1월 1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서는 ‘다만,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실보상의 절차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바꿔 가까스로 그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문제도 그렇고, 참여정부의 그늘을 벗어나려고 애쓰다가도 주저앉곤 했다. 이는 국토해양부보다는 정부의 일관된 주택정책이 없는 탓이다.

 

 

이제 또 다시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통ㆍ폐합하겠다고 한다. 자신들이 헝클어 놓은 실타래를 정리하겠다고 한다.
정책은 비전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인 동시에 지표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정부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