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설립추진위원회, 이제 없애도 되지 않을까?

 

 

 

90년 말경부터 강남에서 재건축사업을 주축으로 기지개를 켤 때다.

 

송파구 가락동의 모 재건축사업을 앞 둔 단지에서 이름도 생소한 컨설팅업체와 여러 개 난립한 추진위원회가 뒤엉키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 와중에, (가칭)추진위원회 관계자 김모씨가 칼을 맞는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배후에 건설회사가 관계가 있었다는 풍문이 있었지만, 경찰수사에서 더 이상 확인되지 못했다.

 

사실 주촉법상 재건축사업은 자율적인 사업이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소유자 자신들이 동의서를 걷고 언제든지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으며, 공동시행을 가능토록 해 조합과 건설업자가 공동주체가 되도록 오히려 권장하였다. 물론, 이 당시 추진위원회나 컨설팅 업체(현재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는 법률상 필요치 않은 존재였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법률이 뒤따라가고, 그 법률에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또 다른 법률이 그 뒤를 잇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재건축 시장(市場)의 혼란으로 컨설팅 업체와 추진위원회가 필요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시장 혼란의 배후로 지목된 건설업자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그것도 도급자로서의 역할로만 제한하는 구상이 이때 굳어졌으며, 추후 규제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과정 속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이 제정되면서, 추진위원회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가 법률 속에 자리 잡았고, 시공자 선정도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제한되었다. 특히, 새로운 추진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정비계획의 입안을 위한 동의서를 걷는 일과 구역지정된 이후에 안전진단을 신청하는 한 후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서를 걷는 일이었다.

 

 

새로운 도시정비법에서 정비계획의 입안은 구청장의 업무였지만, 법률의 위임없이 주민들에게 그 의무를 떠 넘겼다. 이런 제도 속에서 정비계획과 정비구역의 지정을 받아야 하고 그 이후에도 추진위원회를 통하여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이 불가능하였다. 주민들이 이런 낯선 제도를 혼자 힘으로 하기는 불가능하였고, 옥상옥의 사업단계가 또 다른 과열의 원인으로 등장하였다.

 

2008.8.29, 10.30 법 개정안은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비계획입안의무가 구청장에게 돌아갔고, 2차 관문인 안전진단도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결정하도록 하여, 이제 구역지정이 되면 조합으로 직행할 수 있다. 위의 법 개정안은 필자가 2005년부터 청렴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주장했던 개선안이었다.

 

 

추진위원회가 등장이 또 다른 문제인 시공자 선정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의 종류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또는 사업시행인가로 나뉘고 있으며, 한때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추진위원회로 앞당겼다가 법원 판결에서 무효화함에 따라 곤혹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러한 문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이제 그 역할을 다한 추진위원회를 없애도 좋지 않을까?

 

이 단계를 없애면 재건축사업까지 시공자선정까지 앞당기게 되며, 사업을 위해 주민들은 필요한 경우 스스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처음부터 과욕을 갖고 시작한 모든 규제들을 이제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