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들 때 그 목적에 따라 국민들의 뜻을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여러 사람의 뜻이 담길 수 있도록 그 절차를 법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개발 법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일부 사람들에 의해 정보(?)가 독점돼 온 상태에서, 이들의 생각대로 법이 만들어진 것이 현주소이다. 그래서 그 절차는 내용을 담는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으며, 법률가들은 법 내용보다 법 절차에 따른 위법여부에 관심을 두면서, 결국 이 분야의 변방에 머무르게 됐다.

 

정비사업 외에도 도시재생사업,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 및 재정비촉진사업 등 분별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성시가지 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향후 국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이 법’이라 한다)상의 재정비촉진사업에 한정해 이야기해 보자.

 

 

 

2007.10.1 본지에서는 ‘존치지역 주민들, 개발 안 되고 집도 못 팔아 분통, 토지거래허가 존속기간 촉진사업 완료될 때까지’란 제하로 재정비촉진사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의 문제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바 있다.

 

첫 번째로 이 법 제32조에서의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촉진지구로 지정됨과 동시에 해당 지역은 국토계획법 제117조에 따라 허가구역으로 묶여 허가구역으로 서 뉴타운사업등과는 달리 20㎡ 이상을 토지 매매 시 해당 구청장에게 허가를 얻어야 한다. 게다가 촉진지구 지정이전이라도 허가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선량한 주민의 피해를 예상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었다.

 

두 번째는 토지거래허가의 존속기간의 불명확을 지적했다. 국토계획법에는 허가구역의 존속기간을 5년으로 규정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존속기간이 5년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재정비특별법에는 이에 대한 준용규정이 없어 “사실상 촉진지구의 허가구역 존속기간은 사업이 완공되는 날까지로 봐야한다”는 실무 공무원들의 입장을 보도한 바 있다.

 

위의 지적과 관련이 있었는지, 2007.12.28 이 법 시행령 제5조를 개정, 촉진지구를 지정고시하면서 ‘국토계획법에 따른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의 지정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아마도 법이 개정되기 이전이라도 허가구역의 지정고시에서 토지거래허가기간을 5년으로 고시해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인 듯 보이지만, 임시 땜질에 불과하다.

 

그 개정이유에서 재정비촉진지구의 지정고시 사항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사실을 추가하는 한편, 그 밖에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건교부는 오해의 여지가 있어 법 개정을 통해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더 큰 문제점은 법운용의 자세다
국민의 재산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이를 침해하려면 명확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하나, 소송등 법적 규제 움직임이 있어야 그제서야 관심을 보이는 정도이다.

 

토지거래허가 대상은 위에서와 같이 재정비촉진지구 내의 토지이다. 토지라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토지지분을 갖고 있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도 모두 포함된다. 재정비촉진지구 내에 모든 곳으로서 사업의 필요성이 적은 존치지역이나, 이 법 시행이전인 2006. 6.30까지 도시정비법등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또는 실시계획인가를 득한 사업까지 무차별 적용하고 있다.

 

우선 존치지역을 살펴보자. 
존치지역이란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 ‘재정비촉진사업의 필요성이 적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존치하는 지역으로 관련지침에서도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의 필요성이 적다는 것은 시행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인 데 일선에선 10~20년 이후에나 가능한 사업장까지 존치지역으로 집어넣고 있다. 그래서 법에서 요구하는 사업면적(주거지 50만, 중심지 25만㎡)을 채우기도 한다. 이러니 해당 지역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며 그 지역에서 빼달라고 성토하는 것이다. 

 

또한, 이 법 부칙 제3조에서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 이 법 시행 이전인 2006.6.30까지 에 관계법령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또는 실시계획인가를 득한 사업은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20㎡ 이상으로 묶은 토지거래허가의 특별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 필요성이 있더라도 국토계획법령상의 면적으로 규제해야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이러한 사업장을 당당히 포함시켜 지금까지 토지거래허가로 묶어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

 

추후 이 문제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 이 법을 만들 때 참여한 사람들은 그 책임도 당당히 져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국민들을 섬기지는 못할 지라도, 이제라도 제발 법을 잘 모른다고 국민들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