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8.9 이전 선정된 시공자의 시공권 문제 

 

2011년 9월 2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이전에 시공자로 선정됐던 A건설에 대해, 법 부칙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1/2 이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공권이 없음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속칭 강남4구라 일컫는 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구 재건축사업에서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공사비와 관련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사건에 대한 경과를 설명하려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체로 기존 여러 개 법을 단일법으로 통합하는 경우 2가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괴리된 부분을 없애기 위한 규제가 뒤따르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득권 보호를 위해 경과조치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2002년 8월 9일 시공권 관련 부칙(도시정비법 부칙 제6852호, 제7조제2항)이 만들어진 2002년 당시는 재개발사업보다는 재건축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히 진행되던 때였다. 더구나 재건축조합과 건설업자인 시공자와 공동으로만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양자를 공동사업주체로 보았을 정도이니(주촉법 제44조제3항), 시공자를 언제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는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재개발ㆍ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아, 건설업자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공동으로 시행하도록 했다(도시재개발법 제8조제2항). 여기에다 지금의 추진위원회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므로, 사실상 별다른 조건 없이 상호간 이익이 맞으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성시가지 내에서 재개발사업은 주로 강북에서, 재건축사업은 강남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날이 갈수록 양자의 주택 가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앙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재건축사업을 규제하는 것이 균형발전을 위한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이 시기 건설업자들이 초긴장하게 만든 양자의 통합법인 도시정비법이 등장했다. 이는 입법예고에서 향후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서는 공동사업주체자가 아닌 도급업자로서 그 선정 시기도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하겠다는 조항 때문이었다(법 제11조제1항). 

도시정비법의 시행이 2003년 7월 1일로 알려지면서, 각 사업장에서는 시공자를 선정하는 등 열기를 더하자 2002년 8월 9일 이른바 ‘8.9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투기수요 억제와 재건축 절차 강화’ 2가지가 주요 내용이었다. 그 실현 방법으로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와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사업시행인가 이후의 시공자 선정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도시정비법(부칙 제7조제2항)에 ‘2002년 8월 9일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으로서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2003년 8월 31일까지)에 구청장에게 신고한 경우에는 당해 시공자를 본칙 제11조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는 규정을 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 시공자 선정이 러쉬를 이뤘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졌던 신반포2차 외에 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구를 중심으로 17개 대단지 재건축 추진아파트가 시공자를 선정했다. 위의 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자체도 안 된 곳이고, 10여 년 후인 이제서야 구역지정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지출된 수억 또는 수십억 원의 비용때문에도 신구 추진위원회의 인수인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경기의 침체로 인해 분양가가 하락하는 반면 공사비는 늘어나면서 시공자 교체의 기사가 눈에 띄고 있으며, 건설회사의 경우에도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정리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사업의 규제를 위해 추진위원회,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이후 등으로 선정시기를 조정했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는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만들어서 시공자 중심이 아닌 조합원의 이익을 위하겠다며 클린업시스템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조합과 시공자와의 공정하고 공평한 계약으로 이끌어 낼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