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개발사업장의 문제점 

 

인천의 甲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장이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그 사유인즉, 조례가 개정돼 주민들이 해당 구청에 정비구역 입안 제안을 하려면 주민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동의서를 걷고 있지만 어렵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해당 구청장이 주민들에게 보낸 설문지와 안내서가 오히려 동의서를 걷는 데 장애가 된다는 호소였다.  

구청에서 정비구역 지정 입안 제안 시 필요하다며 구청에서 요구하는 주민들의 과반수 동의는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 입안을 제안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시ㆍ도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은 후 필요한 서류를 첨부해 제출해야 하며, 서울시와 인천ㆍ경기도는 필요한 동의율을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甲재개발사업장의 경우, 2009년 초에 정비기본계획 변경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됐으며, 정비구역 지정ㆍ고시 전인 2009년 12월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승인받았다. 그 이듬해인 2010년 5월 해당 구청에서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용역발주를 하고,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중에 있다.

 

당시 구역지정 제안을 위한 인천시 도시정비조례(제6조)의 동의율 규정은 이랬다. “정비예정구역의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구청장 등에게 정비구역지정을 제안할 수 있으며(같은 조 제1항), 제1항에 불구하고 토지등소유자의 경우에도 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입안과 동일함)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당해지역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같은 조 제2항)”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와는 달리, 정비예정구역 내에서 정비구역 지정 제안을 위해 추진위가 구성돼 있으며, 주민 동의 없이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으며,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지 못했어도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로 가능하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2011년 2월 21일 조례가 개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개정된 조례(제4조의2)에서는 “구청장 등은 법 제4조제1항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정비구역지정 신청을 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별지 제2호 서식의 동의서에 정비예정구역(조정대상구역을 포함한다)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조정대상구역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절차를 거쳐 정비예정구역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 신청 전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본다”고 바뀌었다. 

개정된 조례에서는 앞선 규정과 달리, 추진위가 구성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정비구역지정 신청을 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정비예정구역(조정대상구역을 포함한다)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이 규정에 따라 위 추진위원회는 동의서를 걷지 못해 정비구역 지정 제안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모든 법령이나 조례의 경우 불이익한 규정이 신설되는 때에, 부칙(경과조치)을 통해 기존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것이 보통이다. 과잉 경과조치는 제외하고서 말이다.
인천시 조례 부칙(제3조제2항)에서도 “이 조례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따라 주민제안을 받아 정비계획을 수립하거나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제4조의2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진위가 조례 시행 이전에 여러 차례 정비구역 지정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안책임자인 구청에서는 개정 조례를 이유로 들어 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요구했으나 찬반 의견이 양쪽 모두 50%에 미달됐다는 것이다. 추진위가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여러 차례 정비구역 지정 제안을 했다면, 기존의 규정(제6조)이 적용돼 별도의 주민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된다. 

자신들이 조례를 개정해 놓고도, 불필요한 주민 동의를 요구해 사업이 불가능하게 됐다면 이를 공정한 법 집행이라 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주민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